[생각의 단편]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구조

새대 간 갈등에 대한 기존 연구 비판 및 참여 민주주의에의 함의

2006년 5월 24일 초고 작성


Ⅰ. 서론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간에 세대 간의 갈등은 보편적으로 존재해왔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시대적 배경에 따라 이러한 세대 갈등의 양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각 세대 사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각 세대의 특징이 당대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제반 질서들에 의해 결정되어 지고, 이것이 과거의 질서 혹은 새로운 질서를 반영하는 다른 특징들과 충돌하면서 세대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독립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다른 어떤 사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급속한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한 차례의 전쟁, 그리고 이와 함께 나타난 극심한 정치적 변동은 한국 사회에서 급격한 제반 질서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인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차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으로 분석되며,1) 실제, 이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이 수치적으로 표면화된 것이 2002년 12월의 제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였다. 여러 여론 조사의 결과, 40대를 기점으로 각 세대의 지지 성향이 뚜렷하게 갈렸던 것이다.2)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하여, 하나의 실체로서 드러난 세대 간 갈등에 대해 사회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편승하여 많은 언론 매체나 관련 연구자들이 세대 간 갈등이 기존 한국 사회의 갈등 - 지역 간 갈등, 이데올로기 갈등 등 - 을 뛰어넘는 새롭고 명확한 갈등 구조를 제시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기존의 논의들은 주로 세대 간의 차이로 인한 갈등 구조를 다룸에 있어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 요인들과 이로 인한 현 갈등 상황의 현상학적 분석에 치중하고 있는 경향이 엿보인다. 가령, 강원택(2003)은 그의 연구에서 2002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 분석을 통해 과거 정치적 균열 양상이 만들어낸 각 세대 간의 이념적 차이를 중점적으로 논하고 있으며, 이를 권위주의-민주화, 반공이데올로기의 수용-거부의 구도로 재구성하고 있다.3) 또한 박세홍(2005)은 세대 간의 갈등 원인이 매체의 수용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음을 주장하며, 매체 수용의 차이가 정치적, 사회적 의식의 차이를 가져오게 됨을 논한다.4)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논의들은, 세대 갈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측면을 어느 정도 일반화시키는 측면이 있으며, 자칫하면 세대 갈등 구조를 기존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와 유리된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은 기존의 갈등 구조와 밀접하게 상호작용 하면서 이를 재구성하고 있고, 그 자체로 이러한 갈등 구조를 내포하는 다차원적이고 모호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시각에서, 우선 세대 갈등이 기존의 갈등 구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자체로 어떠한 양태를 띠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참여’로서의 민주주의 관념에 입각하여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떠한 함의를 띨 것인가에 대해 논하겠다. 다만, 각 갈등 구조 층위의 구체적인 형성 원인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려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기존의 연구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며, 자칫 논의가 지나치게 방대하게 전개될 위험성이 내포되기 때문이다.

 


Ⅱ. 본론

 


1. 기존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 개괄

 


 우선, 세대 간 갈등을 다루기에 앞서, 이의 구현 양상을 논하기 위해 기존 한국 사회에 존재해 온 주요한 갈등 구조를 개괄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 양상이 존재해 왔고, 또한 존재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논해지는 두 층위의 갈등 요소 - 지역주의 갈등, 이념 갈등 - 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우선, 지역주의 갈등은 한국 사회에서 대단히 유서가 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갈등 층위이다. 송복(2002)은 이러한 갈등이 이른바 영?호남 갈등으로 대표되는 횡적인 갈등이 아닌 중앙과 지방이 가지는 상대적인 권력 차이에서 유발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5) 그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급격히 지방민들이 중앙으로 유입되어, 중앙민들의 공동체적 정체성이 희석되고,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의식을 지닌 지방민들이 중앙의 권력 게임에 뛰어들게 된 결과가 지역주의 갈등을 유발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지역주의 갈등은 정치적, 사회적 차등의 층위를 넘어서, 갈등의 결과 유발된 차별의식을 통해 감정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이는 특정 당파에 대한 한 지역 전체의 맹목적인 지지 현상으로 표출되었다.6)

 이념 갈등은 일반적으로 소위 좌익과 우익의 대립 구도의 결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실제적으로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우선, 소위 좌익과 우익이 내세우는 이념 구조가 대단히 중첩적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양 진영 모두 민족주의적 관점의 고수, 자유를 중심으로 한 소극적 평등의 확대 가능성 논의 중점화 등의 면에서 이념적으로 대단히 유사한 측면을 띤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이념 도입에 있어서 그 내용 자체 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 역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을 가진 기존 정치 세력은 체제 유지를 위해, 개혁 세력은 활동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도구적 차원에서 특정 이념을 수용해 온 측면이 강하고, 이러한 특성은 앞에서 언급한 이념 자체의 모호성과 상호작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끝으로,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소위 이념 갈등이라는 것이 냉전이라는 특수한 시대 상황과 결합하여 대등한 층위간의 갈등이 아닌 지배 세력의 일방적인 우위 속에서 나타난 소규모의 저항-탄압, 혹은 갈등의 인위적인 조작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된다.7)

 


2. 세대 간 갈등의 작동 양식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기존 갈등 요소들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본격적 논의의 대상이 된 세대 간 갈등이 어떠한 양상으로 이러한 기존 갈등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논하겠다.

 앞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하였으나, 많은 연구들이 세대 간의 갈등을 기존 갈등 요소들을 전반적으로 통합하여, 이를 세대를 기준으로 양분하는 방식으로 존재함을 논하고 있다. 즉, 각 세대별로 기존 갈등 요소에 대하여 취하는 태도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며, 이로 인해 거의 모든 갈등 요소들을 세대라는 기준을 두고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편의상 ‘통합적 관점’이라 상정하겠다. 이러한 관점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신세대 층은 대부분 노무현을, 기성세대 층은 대부분 이회창을 지지한 것을 분석한 논의에서 구체화되었다. 많은 연구들이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 운동과 참여, 진보와 개혁을 내세운 노무현이 신세대 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여기서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특성적 논의를 이끌어 냈다.8)

 이러한 논의들에서 일반적으로 논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지역주의와 같은 기성세대 내부에서의 갈등 요소를 약화시키는 상위 갈등 구조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일반적으로 신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을 지니며, 이는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성향과 맞물려, 특히 이념적 갈등 구조와 세대적 갈등 구조의 중첩성을 강화시킨다. 셋째, 신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뉴미디어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사회적 의사를 표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다양한 갈등의 축을 세대라는 하나의 구조적인 갈등 요인으로 재정립하여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이러한 설명은 세대 갈등을 일종의 전반적인 ‘대결 구도’로 상정하게 만들며, 이는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많은 미디어에서 이슈화되었다. 그러나 ‘통합적 접근’은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하여, 세대 갈등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다. 첫째, 통합적 접근이 전제하는 바와 같이 다양한 갈등의 층위가 과연 세대에 따라 일관되게 정립되는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일반적’ 논의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통합적 접근에서는 다양한 갈등 구조를 세대 간 갈등의 하위의 형태로 위치시킴으로써,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다. 둘째, 통합적 접근은 기존 갈등 구조의 재구성이 과연 단순한 ‘재구성’인지, 그 동안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지지 못한 갈등 구조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것인지에 대해서 만족할만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가령, 이념적 갈등 구조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던 이념적 갈등 구조가 세대에 그대로 이식된 것인지, 세대의 차이로 인해 이념적 갈등 구조가 새로운 차원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등장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셋째, 좀 더 실제적인 차원에서, 각 세대의 참여 양상이 과연 모든 갈등 상황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가에 대하여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에 기초하여, 세대 간 갈등이 기존의 갈등 구조와 어떠한 상호작용을 이루는지에 대하여 각 사안별로 살펴보겠다.

 


1) 지역주의 갈등과 세대 간 갈등

 


 많은 경우, 세대 간 갈등은 이념적 갈등과 연관되며, 이러한 이념-세대 갈등 모델은 기존의 지역주의 갈등을 대체하는 ‘보편적’ 갈등 양식으로 다루어진다. 가령, 강원택(2003)의 연구에 따르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점은, 선거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갈등 축이 지역주의에서 이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9)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과연 지역주의 갈등이 이념-세대 간 갈등으로 충분히 대체, 전환되어 나타난 것 이느냐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이와 연관지어, 2002년의 선거 결과와 흥미로운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2004년의 17대 총선거 결과이다. 선거운동기간 이전, 탄핵이슈에 대한 전국적인 극명한 이분적인 태도는 2002년의 극단적인 대립과 유사한 세대 간 격차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초기의 탈지역적 성격과 대조적으로 이러한 탄핵이슈가 점차 지역주의에 포함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거운동기간, 탄핵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한나라당의 지역 집중적 캠페인이 효과를 발휘한 대구/경북 지역은 반대여론이 10%나 감소했고, 이에 비해 호남 지역의 반대여론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10) 그 결과, 영남과 강원 등 동쪽은 한나라당이, 호남과 충청, 경기 등 수도권은 열린우리당이 우세를 나타나는 구도가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2004년 선거에서 지지 정당의 선택에, 세대 간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대와 30대는 각각 49.0%와 51.7%가 열린우리당에, 50대 이상은 48.4%가 한나라당에 투표한 것이다.11)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이것이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세대 간 갈등이 보편적인 이념 갈등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관지어지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표출된 세대 간 갈등을 이념적 갈등과 연관 지어 생각할 때 , 이러한 결과는 두 갈등 구조가 서로 독립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함축한다 할 것이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 구조가 가지는 모호성의 측면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세대 갈등 구조가 지역주의 갈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존 한국 사회에서 지역적 갈등은 정치적, 이념적 갈등의 층위와 상당히 중첩되어 나타나는 측면이 강했다. 즉, 출신 지역이 곧 이념적 특성을 결정짓는 요소로서 기능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이념 갈등이 표면화된 경우에도, 이는 정치적-지역적인 논의와 밀접하게 연관된 상태에서 일종의 종속화 된 형태로 나타났다. 실제적으로 볼 때, 특히 영?호남이라는 지역적인 층위와 이념적 스펙트럼의 차이가 일정부분 겹치는 경향이 보인다.12)

 세대 간 격차의 부각은 이와 같이 어느 정도 지역주의 변수의 종속 변수로서 기능하던 이념적 변수를 독립적인 변수로 전환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러한 전환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성세대와는 차별되는 신세대의 이념적 ‘유동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 이념 갈등의 세대 갈등 구조화

 

 연령에 따라 이념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신세대는 진보적인 반면, 기성세대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다. 기존의 연구는 이러한 세대적 변인의 차이에 주목하는 경향이 크다. 가령, 강원택(2003)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20대/30대 유권자 층에서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강했고, 40대/50대 이상 유권자 층에서 이회창에 대한 지지가 강했음에 주목하여, 두 연령 집단 간 이념의 차이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논하고 있다.13) 그러나 한국의 이념-세대 갈등 구조의 구현 양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러한 단순한 대립적 모델을 이용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에서 존재하는 전제 조건적인 특수성에 의해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기존 한국 사회에서는 진보-보수, 좌익-우익의 이념적 갈등 구조가 명확하지 않았다. 80년대의 민주화 운동 등은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자유주의의 대립 구조였으며, 두 대립 진영이 이념적으로 구체화되어 정립된 논의를 내세우지는 않았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02년의 대통령 선거 역시 대단히 이념적으로 모호한 대립 구조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여론 조사에서, 특히 30대가 가장 이념적으로 '진보된' 성향을 보여주었고, 노무현에 대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방한 세대라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14)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소위 ‘386 세대’는 젊은 층에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수행한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이러한 확산이 기본적으로 기존의 권위주의-민주주의 구도의 연장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타협에 의한 민주화로 인해 기존의 대립 세력들이 그대로 온존되어 온 것이, 그리고 두 대통령 후보가 이러한 대립 구도를 강력하게 반영했다는 것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15)

 그러나, 일단 노무현의 당선으로 이러한 대립 구도가 표면적으로 종식되자, 이로 인한 이념-세대 간 갈등의 연관 층위가 급격히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뒤에서도 논의하겠지만, 권위주의-민주주의 구도의 종식은 이념적인 재정립을 강하게 가져왔다. 물론 전반적인 세대간 진보-보수의 경향성은 유지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것이 세대 내에서 변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2006년)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경우 전체적으로 진보화 경향이 주춤한 경향을 보였다.16) 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계층 간의 이념 스펙트럼의 변화 모습이 나타나는데, 특히 한미동맹의 문제에 있어서는 20대가 가장 급격하게 보수화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17) 흥미로운 것은, 20~30대가 다양한 이념의 변화 양상을 나타내는 반면, 50대 이상의 세대는 더욱 극단적으로 보수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이념 갈등과 세대 간 갈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갈등 양상을 ‘특정 세대는 특정한 이념 성향을 띤다.’의 단순 도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분명 불충분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필자는 오히려 각 세대에서 나타나는 이념적 유동성과 표출의 측면에 주목하고자 한다. 기성세대가 이념 갈등을 대단히 모호한 정치적 문제의 하위 갈등의 형태로 접한 반면, 신세대는 권위주의-민주주의의 갈등이 종식된 이후 다양하게 표출된 이념 구조와 그들 사이의 갈등을 경험적 층위에서, 그리고 뉴미디어를 사용한 방법론적 층위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신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좀 더 이념 문제의 표면화와, ‘선택’에 대하여 유동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18) 이러한 특성을 보다 잘 드러내주는 사례가 2004년 총 선거에서 나타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다. 민주노동당은 전통적인 지역주의나 권위주의-민주주의의 대결 구도에 입각하기 보다는, 보다 구체화된 이념적, 정책적인 측면에서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할 때, 이념적 측면에 주목한 세대 간 갈등을 논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인 세대 특성적 요소 이외에도, 이념적의 ‘선택’에서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사안에 따른 유동성을 가지는 신세대의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3. 한국 민주주의의 재구성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이 기존의 갈등 구조와 연관되어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세대 간 갈등은 일반적으로 논해지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명확히 규정지을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갈등 양상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재규정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이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함의에 대하여 특히 참여의 측면에서 논하려 한다.

 앞에서 논한 바, 세대 간 갈등은 크게 두 층위에서 작용한다. 우선, 세대 간 갈등은 이념적 갈등과 연관되어, 이를 지역주의 갈등과 같은 전근대적인 갈등 층위의 종속 변수에서 독립 변수로 승화시킨다. 또한, 이러한 갈등 구조를 더욱 표면화, 다양화시키는 측면을 지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변화가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서 참여의 측면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신세대가 지니는 이념적 개방성과 유동성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신세대는 정치적 의사 표출에 있어서 다양한 이념은 물론, 지역주의와 같은 전근대적 갈등 요소들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19) 이는 다양한 이념 간의 갈등을 거의 겪지 못한 채, 특정 갈등 요소에 얽매이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대부분의 신세대는 기존 사회적 권위에 냉소적이고, 정치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경향을 드러낸다.20) 그러나, 2002년의 대통령 선거나, 탄핵 이슈, 그리고 몇몇 사회적 쟁점 사안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한 세대가 또한 신세대였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신세대가 사회적인 갈등 구조를 각각의 독립 변수 화 시켜, 이에 따른 ‘선택적 참여’를 구현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러한 ‘선택적 참여’는 크게 두 측면에서 참여 민주주의 구현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우선, 당파나 지역의 의견을 거시적 층위에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하여 선별적, 집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의견 표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그 함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세대의 이러한 참여 형태는 일정 부분 세대 간 태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기성세대의 보다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역시 함의를 찾을 수 있다.

 기성세대의 경우 전통적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이념적 일방성, 지역주의에의 천착 등에 의해 단선적인 측면을 극복하지 못하였으며, 참여에 있어서도 기존 정파가 제공하는 기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노출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은 기본적으로 기성세대에게 단선적 갈등 구조를 넘어선 다층적 갈등 구조를 목도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기성세대의 근본적인 갈등 인식 태도를 바꾸지는 못했을지라도, 변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두려움을 유발하였고, 사안에 대한 기성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대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인터넷에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계층이 50대라는 최근의 조사 결과는 이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21)

 결론적으로,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 구조 인식 차이에서 나타나는 세대 간 갈등은 전근대적인 갈등 구조에 종속되어 있던 다양한 갈등 구조를 표면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된 갈등 구조 속에서 신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자신과 연관성을 지니는 사안에 대하여 활발한 참여를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참여 민주주의 발달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Ⅲ. 결론

 


 지금까지, 세대 간 갈등의 양상을 미약하나마 기존의 통합적 관점에서 벗어나 재구성하고, 이것이 한국의 참여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고찰해보았다. 세대 간 갈등은 어떠한 하나의 이념적, 가치적 차이를 중심으로 정의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갈등 구조에 대한 수용 양상, 유동성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세대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선택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참여의 양식은, 이러한 세대 간의 갈등을 확산시킴은 물론, 이의 대응 기제로서의 기성세대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기성세대가 기존의 전통적 갈등 구조가 가지는 종속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탈피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변화가 참여의 측면에서 긍정적 함의를 가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직후, 수많은 언론 매체들이 세대 간 갈등을 근본적인 존재론적 차이로 규정지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나타났던 다양한 참여 양상들을 결코 화합할 수 없는 갈등 구조의 표출로서, 단지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것으로만 취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세대 간 갈등은 기존 사회에서 종속적으로, 혹은 형식상으로만 존재해왔던 갈등 구조를 더욱 명확하게 재 정의하고, 표면화시키는데서 나타나는 갈등 양상이다.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오히려, 갈등이 없이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어려우며, 갈등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사회집단이 갈등을 거쳐 성공하느냐의 여부이다. 현재의 세대 간 갈등은 이러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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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5년 사회학자 로널드 잉글하트는 43개국을 대상으로 세대차에 관한 연구의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세대차가 큰 나라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연구가 이루어진 이후 한국 사회에 나타난 급격한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의 변동 양상을 볼 때, 이러한 세대 간 차이는 더욱 커졌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정홍섭, 2002, 『세대간의 갈등과 교육의 역할』, p. 2.

2) 정홍섭, ibid. pp. 2~3.

3) 강원택, 2003, 『한국의 선거 정치 - 이념, 지역, 세대와 미디어』, 푸른길, 참조.

4) 박세홍, 2005, 『한국의 세대 문제』, 나남, 참조.

5) 송복, 2002,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한국학술정보, pp. 333~335 참조.


6) 송복, 2002, Ibid.

7) 이에 대해서는 강원택(2003)과 박세홍(2005) 참조.

8) 강원택, Ibid. pp. 321~331 참조.

9) 조성대, 2005, 『4.15 총선과 한국정치의 갈등 구조』, pp. 21~22.


10) 조성대, 2005, 『4.15 총선과 한국정치의 갈등 구조』, pp. 21~22.

11) 강원택, Ibid. pp.

12) 가령, 강원택(2003)의 연구에 따르면, 2002년 당시, 시민단체, 노조, 환경단체 등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30대는 다른 세대보다 일관되게 높은 신뢰도를 드러냈다.

13) 강원택, Ibid. p. 331

14) 『20~30代 진보화 주춤… 40~50代 보수화 뚜렷』, 조선일보 2006년 3월 3일자 기사 참조.

15) 이내영 외, 2004, 『반미여론과 한미동맹』, pp. 71~72

16) 이에 대해서는 박세홍(2002)의 연구 참조.


17) 가령, 2004년의 여론 조사에서 20대의 경우 정치권과 사회 원로에 대한 기대치가 각각 22.9%, 7.6%로 대단히 낮게 나타났다. 중앙일보?현대경제연구원, 2004, 『세대 갈등에 관한 국민여론 조사』, 참조.

18) 『인터넷, 보수의 대 반격』, 2006년 5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 참조.

by fragrant | 2006/05/24 11:37 | 끄적끼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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