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Vanessa Schwartz - Spectacular Realities(구경꾼의 탄생)


'구경'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대도시를 지배하는 일련의 '모더니티'(물론 그 범위와 의미는 상당히 모호하다) 속에서 탄생하는 시각 문화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이러한 주제는 상당히 흥미롭다... 19세기 파리에서 피어난 새로운 시각문화의 향연... 사람들은 오스망이 구축한 대로의 노상 카페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이들과 동화되며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혼재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앉아있는' 자신을 즐겼다... 모르그에 전시된 시체들은 부르주아적인 관음증을 만족시키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실체에서 보다 멀어졌던 죽음이라는 것을 대상화시켰다... 밀랍 박물관이 가지는 '역사로서의 리얼리티'를 즐겼고, 파노라마와 디오라마에서 이것을 보다 원경에서 체험했다...

'구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실체화된 대상, 그리고 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주체의 실체가 존재할 때 비로서 성립된다... 따라서 구경의 묘미는 주체와 객체 모두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성립된다... (그것이 꼭 '리얼리즘'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리얼리티가 존재하기에 구경이라는 행위 안에서 역설적으로 기존의 모든 관계는 해체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역시 모더니티의 다른 매력이겠지...

결국 파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구경거리'들은 하나씩 자취를 감추었다... 대로는 남았지만 그 대로 위에 있었던 대중의 모르그는 법의학자들의 모르그로 바뀌었다... 밀랍 박물관은 그 리얼리티가 가진 힘을 잃고 정말 말 그대로 '흥미거리'가 되어버렸다... 파노라마와 디오라마의 운명 역시 같았다...

그러나 '영화'라는 새로운 시각문화... 가장 강력한 리얼리티이자 그렇기에 가장 강력한 허구가 될 수 있는 것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 책은 여기까지에서 '구경꾼의 역사'를 정리한다...

현대에도 '구경꾼'은 과거의 위세를 띠고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영화 역시 어느새 '구경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변했다... ('영화 구경간다'는 말은 잘 안 쓰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의 윗 세대 분들에게는 이러한 표현이 낯설지 않다...) 대중이 대중 혹은 그 전유의 대상을 '구경하기' 위해 무언가에 몰려다닌다는 것은 유행이 지난 것일 수 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더욱 의도적으로 '리얼리티'로부터 유리된 가상의 공간을 즐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더니티의 해체와 이와 함께하는 리얼리티의 해체를 지금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이러한 주제로 장편의 글을 한번 써보고 싶지만 웬지 식상한 주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쩝... (귀찮은게 아니고?-_-)

by fragrant | 2007/04/07 15:34 | 책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maronim.egloos.com/tb/328181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manuscript at 2009/07/03 16:19

제목 : 구경꾼의 탄생, 바네사 R. 슈와르츠, 마티, 20..
구경꾼의 탄생 - 바네사 R. 슈와르츠 지음, 노명우.박성일 옮김/마티 영상성, 스텍터클, 스토리텔링의 기원 종종 ‘○○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책을 접하게 된다. 이런 책의 대부분은 탄생하는 대상의 기원을 찾는 사적 탐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구경꾼의 탄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탄생의 대상에 대한 역사이며 이를 재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 조사를 통한 실증적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이 책은 19세기 후반 파리에......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